로고

매거진

[뉴스레터] 아카이브의 숲에서 발견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
2020-08-10 20:55:00Hits 299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2020-08-10

👬아카이브 숲에서 발견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
     - CGV아트하우스와 함께 하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서울 장기 상영회에서 만난 
       스페셜 포커스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영특한클래스 현장!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주국제영화제 뉴스레터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미국 논픽션 글쓰기의 대가 존 맥피는 자신의 첫 번째 컴퓨터를 두고 종종 ‘5000달러짜리 가위’라 언급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기 전까지 맥피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과 관련된 온갖 자료를 모두 타자기로 치거나 복사한 다음, 키워드가 적힌 봉투에 담아 정리했다고 하는데요. 

위와 같은 자료의 정리 내지는 선별 작업 이후에는, 키워드가 적힌 색인 카드 더미를 테이블 위에 쏟아놓은 후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순서가 드러날 때까지 카드들의 앞뒤 순서를 바꾸고 재배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 소속 필진 샘 앤더슨은 존 맥피의 한국판 저서 『네 번째 원고』의 서문에서, 맥피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맥피의 글에서 구조는 단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띤다. 일반적인 작가라면 직접 서술할 내용을, 맥피는 장과 장 사이에 여백을 두거나 문장과 문장을 독특하게 병치해서 표현한다. 마치 모스부호 같다. 공백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 

같은 저서에서, 존 맥피는 ‘이중 인물 프로파일 기사’를 시도하게 됐을 무렵의 일을 회고합니다. 그는 하나의 기사를 통해 인물 A와 인물 B를 동시에 다루는 것만으로도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기대했는데요.

“둘 사이의 울림 가운데서 어쩌면 새로운 차원이 발전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맞은편에서 오는 나 자신과 두 번 마주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네 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랴? 어쨌든 1더하기 1이 2보다 더 커야 한다.”

2019년 10월. KBS TV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존 맥피의 정신이 깃들었던 걸까요?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레이션도 자막도 없이, 오직 과거의 장면을 배열하고 조합한 다큐멘터리. 연출자의 목소리가 스크린 뒤로 물러나고, 장면들 사이의 ‘공백이 말하기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안방 극장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KBS <다큐인사이트 -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이하 <모던코리아>)죠.

그리고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이들 <모던 코리아> 시리즈 6부작 전체를 2부씩 나누어 세 가지 주제로 엮은 스페셜 포커스를 소개했는데요. 바로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이 그것입니다. 6편의 <모던코리아> 시리즈는 지난 8월 8일(토)과 9일(일)에 걸쳐 CGV명동 아트하우스에서 극장 상영을 마치고 씨네라이브러리로 자리를 옮겨 전문 모더레이터와 함께 연출자 및 출연자의 소회를 듣는 영특한클래스를 진행했습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의 전문가가 이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신설된 영화와 함께하는 특별한 클래스 현장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프로그램1 ´정치와 스포츠´ 
      <우리의 소원은> <왕조>

👆문성경 프로그래머&<우리의 소원은> 이태웅 감독&<모던코리아> 김기조 미술감독, 박민준 음악감독 (A.K.A DJ소울스케이프)
<모던코리아>의 포문을 연 첫 번째 작품 <우리의 소원은>은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 <88/18>을 연출한 이태웅 감독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태웅 감독은 <88/18>을 통해 KBS가 보유한 방대한 아카이브를 활용한 푸티지 필름을 처음 시도하게 되었고, 방송 다큐에서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은 스타일로 크게 주목을 받아 <모던코리아>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장본인이기도 한데요.  이처럼 ‘다소 파격적인’ 연출을 하게 된 의도를 묻는 질문에, “KBS의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풍부하다보니 어떤 식으로든 활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 화면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자료를 모아서 파악하는 데까지 최소 5개월 정도 걸렸다. 하나하나 보면서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정리하고, 엑셀을 활용해 표로 만들었다. 하다보면 수십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그러면 전체 공정의 70%가 완성된 셈이다. 자료를 파악하는 게 훨씬 큰일이었고 편집 비중은 오히려 적었다”고 술회했는데요.
 

한편으로 그는 “원본의 맥락과 관계없이, 필요한 화면을 잘라 붙여 작업을 진행하면서 무척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그저 과거의 사실들을 보여주고, 과거가 스스로 말하게 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작업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프로그램2 ´성공신화의 붕괴´ 
      <대망> <시대유감, 삼풍>

👆강유정 영화·문화평론가 & <시대유감, 삼풍> 구상모 감독 & 김문수 삼풍백화점 희생자 유가족
재미있고 가치 있는 작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만큼, 제작진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 또한 존재했습니다. 모던 코리아의 제작진은 “사회적으로 아픈 기억인 경우 이걸 다시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옳은가,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무척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시대유감: 삼풍>의 연출을 맡은 구상모 PD는 위와 같은 고민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 사회에는 그저 ‘지나간 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것들을 현재로 다시 길어 올려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거라고 여겼다”고 제작 의의를 밝혔습니다.

삼풍 사태 희생자의 유가족이자 <시대유감: 삼풍>의 출연자인 김문수 선생님 역시 “그때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전주국제영화제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어떤 고통에 관해서는,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고통이 마지막이 되기 위해서 희생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프로그램3 ´상승추구(극성의 시대)´ <수능의 탄생>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 임종윤 감독 &  <수능의 탄생> 전아영 감독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을 연출한 임종윤 PD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당시 인물들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해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눈을 가리는 등의 방법 또한 그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어 많이 조심스러웠다"는 겁니다. 

그는 "팀원들이 한창 고민하고 있는데, 미술감독님께서 화면 전체의 미감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셨다”며 김기조 미술감독의 공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수능의 탄생>을 연출한 전아영 PD는 섭외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그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뿐,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화면에 잡힌 인물을 수배하고 섭외해야 하는 작업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는데요.

그럼에도 이들 제작진은 자료 화면에 등장했던 인물을 인터뷰하자는 철칙을 고수하기 위해 “그때 그 프로그램을 맡았던 분들에게 연락을 해서 수소문하고, 직업 찾아가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이번 KBS 다큐멘터리 모던 코리아 시리즈는, 배경 음악 및 사운드 연출 방식에 관해서도 관객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그 시절의 감성을 충분히 되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무척 세련된 방식으로 음악이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박민준 음악감독은 “KBS를 아우르는 다큐멘터리 음악의 계보가 있다. 그분들의 방법론을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각 편 별로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를 염두에 두었다. 다큐멘터리 전체적으로 현악기를 사용할 때는 국악기를 선택했는데, 시대의 감성을 살리되 지금의 음악이 되도록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새롭고 독특한 시도로 똘똘 뭉친 KBS 다큐멘터리 모던 코리아 시리즈. 현재 총 6부작을 방송과 KBS 홈페이지, 그리고 유튜브에서 선보였고 내년 초 선보일 4편의 추가 시리즈 제작이 확정된 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 제작될 4편의 시리즈도 국내외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프로그램 노트
전주국제영화제는 동시대 영화예술의 대안적 흐름을 소개하고 다양한 담론을 제기해 왔다. 지난해에는 전시와 VR시네마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적인 영화 상영 형식을 탈피하고 예술매체로서 ‘영화의 확장’을 시도한 바 있다. 올해 21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급변하는 미디어 플랫폼 시대에 영화제가 제시할 수 있는 역할과 대안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스페셜 포커스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을 기획했다. 작품을 본다는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익명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감독과 제작자가 그 작품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함의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 경험’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 기획이다.

<다큐 인사이트-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KBS 채널을 통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다. 관습적인 TV다큐의 상투성을 벗은 이 시리즈 다큐멘터리는, KBS 창립 이래 축적해 온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다양한 층위로 재구성하고 있다. 또 각 편의 주제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무게감으로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풍자적 이미지와 기발한 구성으로 돌파해 경쾌함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방송 사고가 아니면 보여지지 않을 방송 송출 전/후의 모습을 공개하고, 사소해서 버려지던 장면을 전면에 드러내며 관객에게 미시사와 거시사의 관계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또 출연하는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재배치해 시간을 연결하고 드라마, 예능, 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이미지를 혼합하며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간의 경과 후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이 의미하는 바를 정면으로 마주보고자 하는 사유의 시도는, 이 시리즈의 섬세함과 대담함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김기조 디자이너의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DJ 소울스케이프가 작곡한 레트로 풍의 음악이 함께 만들어내는 각 작품의 ‘스타일’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장기 상영회를 통해 스크린에서 공개될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는 <모던코리아> 시리즈 제작진을 초대해 작품 준비 과정과 경험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한국 사회의 실체를 살펴보려는 구체적인 노력의 하나로, 관객과 제작진이 직접 만나 깊은 층위의 시민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
이번 뉴스레터 재미있게 보셨나요? 
공유하고 좋은 영화 함께 봐요 
전주국제영화제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2층 (54999)
T. (063)288-5433 F. (063)288-5411
취재문의 | 홍보미디어팀 (publicity@jeonjufest.kr)
※ 기사는 전문보기 페이지에서 문서형태의 첨부파일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수신거부 Unsubscribe    
전주사무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2층 (54999)

T. (063)288-5433 F. (063)288-5411

전주영화제작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고사동 429-5)전주영화제작소 (54999)

T. (063)231-3377

서울사무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5길 16(서교동 352-28) 동극빌딩 4층 (04031)

T. (02)2285-0562 F. (02)2285-0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