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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맨’ 김나경 감독, “먼지처럼 잘 보이지 않는 존재라도 충실히 살아가자.”
2020-06-03 10:29:00Hits 477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태산(우지현)은 과거 겪은 어떤 일로 상처를 안은 채 서울역에서 살아가는 홈리스다. 어느 날 그는 굴다리를 지나다가, 굴다리 벽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는 미술 전공생 모아(심달기)를 만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태산은 차 뒷면에 쌓인 먼지로 그림을 그려 모아에게 보여준다. 김나경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더스트맨>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서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는 이야기다. 특히, 태산이 먼지로 그리는 그림은 보잘 것 없어보이는 존재라도 예술적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영화에 등장하는 ‘더스트 아트’를 보는 눈이 즐겁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내 차례>(2017) <대리시험>(2019) 등 여러 단편영화를 연출했던 김나경 감독은 전작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현재가 소중하니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더스트맨>은 어떻게 구상하게 된 이야기인가.
크게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유튜브에서 소셜 엑스페리먼트(Social experiment) 라는 형식의 영상(사회성 몰래카메라 컨셉의 영상)을 본 적 있다. 제작진이 심어둔 누군가가 ‘나 돈이 없는데 누가 피자 한 조각 사줄 수 있어?’라고 도움을 요청하면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몰래 찍은 영상이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는데 한 홈리스가 나타나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나도 홈리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또 하나는, 프로보이닉(Proboynick)이라는 닉네임으로 더스트 아트 활동을 하는 니키타 골루베프가 트럭 뒷면에 먼지로 기도하는 두 손을 그린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았고 울컥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봤던 그 영상이 떠오르면서 더스트 아트와 합쳐 현재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게 됐다.

-영화의 초반부는 홈리스 태산이 노숙생활을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홈리스와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다. 홈리스가 살아가는 모습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홈리스와 관련된 시민단체들을 찾아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더 공부했다. 시나리오를 시민단체 활동가들께 보여드리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이 영화는 사회 빈곤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태산)이 성장하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홈리스라는 사회적인 메시지와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문제, 이 두가지를 잘 엮는 게 관건이라고 보았다.

-취재를 하면서 홈리스가 왜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는지와 관련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정통 리얼리즘 영화는 또 아니라서 영화적인 상상력을 이야기에 많이 가미했다.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트라우마 때문에 홈리스 삶을 자처한 태산이 삶의 열정을 되찾게 되는 계기가 미술 전공생인 모아를 만나면서부터다.
태산과 모아를 어떻게 만나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시나리오도 많이 수정했다. 초고가 나온 뒤 약21번 수정을 거쳤다. 태산이 아닌 모아가 주인공인 시나리오도 있었고, 별별 버전들이 많았다. 그렇게 수정해보니 이야기가 처음 기획했던 방향으로부터 너무 멀리 가 있더라. 배우 우지현씨도, 제작진도 초고가 제일 좋다는 의견을 주셔서 초고로 촬영하게 됐다.

-두 사람이 굴다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은 되게 멋지더라. 판타지 같은 느낌도 있고.
그곳에서 모아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선정하는 게 고민됐다. 그림이 이야기 주제와 어울려야 하니까.

-배우 우지현씨의 어떤 점에서 태산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태산은 죽음을 생각하는 인물이라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얼굴에 표정이 없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무미건조한 인물이다보니 연기를 할만한 배우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우연한 계기로 우지현씨를 알게 되었는데 그를 처음 본 순간 태산이라고 생각했다. 인상이 유약하면서도 강한 면모도 갖췄고, 무표정한데도 눈과 목소리만으로 좋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는 태산의 전사를 최소한으로 알려주는데 그친다.
관객이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려고 했다. 이 영화는 그의 과거보다는 현재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아는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독특한 캐릭터인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극복해야 할 문제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구축하는 일이다. 모아를 어떻게 그려낼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고민이 많았는데 모아를 맡은 심달기씨가 가진 고유의 에너지가 인물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심달기의 어떤 점이 모아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처음 만났을 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더라. 그래서 재미있었다. 이쪽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고, 저쪽에서 보면 저런 느낌을 가진 배우다. 매 테이크 연기도 대사도 다른 느낌으로 보여주었다. 그게 되게 신기했다.

-태산과 모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면서 함께 발전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둘은 서로에게 에너지와 영감을 불어주지 않나. 인간과 인간이 친밀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도하는 두 손’을 포함해 먼지로 빚어낸 더스트 아트가 무척 아름답더라.
어떤 그림을 선보일지 고민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차의 후방 창문은 경사가 있지 않나. 그걸 고려해서 먼지가 날아가지 않게 부착하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미술감독님이 섭외하신 동양화가께서 직접 그림을 그렸다. 또,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인, 러시아의 프로보이닉 더스트아티스트에게 연락해 영화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흔쾌히 수락해 촬영장에 오셔서 기도하는 손을 포함해 5점을 그려주셨다.





-첫 장편 연출작을 찍은 소감이 어떤가.
단편보다 길이가 길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단편과 천지차이였다. 이야기의 구조도, 호흡도 다르고, 90분 안에 관객이 볼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스탭들의 숫자도 많았고. 집요한 구석이 있어 가까스로 프로젝트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조금은 더 여유로운 면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시카리오>다. 정의를 다룬 이야기로 매우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촬영도 음악도 모든 게 완벽하다. 앞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더스트맨>을 포함해 전작을 통해 ‘잘 보이지 않는 존재라도 각자 역할이 있고, 현재가 소중하니 충실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앞으로 무슨 영화를 만들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온라인 상영이 아닌 장기상영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
배급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까닭에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이는 게 맞는지, 장편이 처음이다보니 배급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에서 선보이기엔 성급한 판단이지 않나 싶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인연을 맺게 된 어바웃필름에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장르성이 있는 드라마로, 현재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글 김성훈·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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