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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4

도시의 중심에서 생존의 의미를 외치다_<서바이벌 패밀리> 야구치 시노부 감독

올해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신작 <서바이벌 패밀리>(2017)는 재난 영화와 가족 드라마의 독특한 결합을 시도하는 영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전기 공급이 중단되어 모든 게 멈춰버리고 폐허로 변해가는 도시를 통해 전기와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사정상 직접 전주를 찾지 못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서바이벌 패밀리>는 도시 전체가 마비되면서 벌어지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내가 기계치인 것이 계기다. <워터 보이즈>(2001) 개봉한 뒤 휴대폰과 인터넷이 쏟아져 등장했지만 잘 못 쓰겠더라. 너무 분해서 이런 것들 다 사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도시에 전기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이야기를 떠올린 거다. 난 지금도 스마트폰이 없다.

영화가 도시 문명을 비판하는 이야기로서, 동일본 대지진이나 원전 사태 이후 많은 일본 감독들이 그 영향 아래에서 내놓은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할 줄 알았다.
2002년 즈음, 기계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에서 시작해 2003년 북미 대정전 사고를 보고는 탄력을 받아 만든 이야기였다. 물론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가족 코미디와 재난 영화가 만난 독특한 시도다. 기능이 마비된 무정부 상태의 도시 풍경은 좀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관객들이 영화 속 상황에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목표로 했다. 꼭 좀비가 덮치지 않아도 일상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군인이나 소방관, 경찰 같은 영웅이 아니라 아무것도 못하는 가족이야말로 관객들이 자기 일처럼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정전이 되면서 회사와 길거리, 지하철역, 마트, 집 안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훨씬 잔인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먼저, 많은 재난영화에서 보여주는 하드한 묘사는 ‘갖지 못한 자’가 ‘가진자’에게 무언가를 빼앗는 행위이거나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전기가 사라지는 것은 그것이 일어난 순간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격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거대한 재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동안 실제로는 천천히 생명의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 장면은 굉장히 많지만 여러 가지 상상을 해줬으면 한다.

생선도 무서워 제대로 손질하지 못하던 엄마가 놀라운 생존 능력을 보여주거나 권위적이지만 어쨌든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 어떤 위기가 닥쳐도 구제불능인 두 남매의 캐릭터 성격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영웅들이 아니라 평범한 가족으로 보일 것. 태평스럽고 위기감 없는 성격이 중요했다. 서바이벌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들의 상태와 감정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직접적인 현실 풍자 장면을 넣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의도적으로 피한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신 고질라>(2016)처럼 정부 관료들의 대처 장면도 없다. 오직 가족의 모습에만 집중한 이유가 있나.
만약 세상에서 전기가 사라진다면 정말 정부는 기능할까? 정보망, 교통기관이 완전히 멈췄는데 조직이 움직일 수 있을까? 일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관객들이 자기 일처럼 느끼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서 판단이 흐려져 헤매고, 조금씩 다가오는 생명의 위기를 의사체험하길 바랐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길 원하나?
편리한 도구에 의해 우리 생활은 굉장히 스마트해지고 빨라졌다. 그러나 대신 잃어버린 것은 없을까? 이렇게 말해도 문명의 진보를 역 주행할 순 없겠지만 가족이 가족답게, 인간이 더욱 살아있는 생물답게 살려면 전기소멸 정도의 난폭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거다. 만약 운 좋게 살아남는다면 그런 삶도 조금은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글 김현수·사진제공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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